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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반 몰리반 (Vann Molyvann): 앙코르의 건축가들을 스승으로 삼다

ryantulip 2025. 9. 15. 12:48

캄보디아 현대 건축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바로 반 몰리반(Vann Molyvann, 1926~2017) 입니다. 그는 캄보디아 최초로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des Beaux-Arts) 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건축가이자, ‘신(新) 크메르 건축’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프랑스 유학과 귀국

1926년 시암 만 연안의 렘(Ream)에서 태어난 그는 프놈펜에서 중등교육을 마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처음에는 법학을 공부했지만, 곧 건축으로 전향해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죠. 그는 외국인 학생 가운데 최우수 졸업 작품상을 수상했고, 영국 Architectural Association 학위도 취득했습니다.

1956년 캄보디아로 귀국한 그는 곧바로 당시 국가지도자였던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의 발탁을 받아 현대 캄보디아 건축을 이끌 중책을 맡습니다. 이후 공공건축국장, 도시·주거 담당 국장, 프놈펜 시 고문 건축가, 공공통신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대표작

반 몰리반의 건축물은 크메르 전통에서 영감을 얻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 독립기념비 (1960)
• 차도목 회의장 (1962)
• 국립 스포츠 콤플렉스
• 참카르몬 국빈궁 (1966)



그의 건축에는 앙코르 시대 건축의 상징적 의미, 물과 조경의 조화, 그리고 전통 목조건축의 지혜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철학과 건축관

그는 단순히 서양에서 배운 기술만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앙코르의 장인들을 자신의 스승으로 삼고, 전통의 원리와 현대 건축 기술을 결합했습니다. 그는 “외래 문화를 받아들일지라도 반드시 크메르적으로 재창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죠.

특히 그는 국립 스포츠 콤플렉스를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앙코르의 장대한 스케일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공법으로 지은 이 건물은 신(新) 크메르 건축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래와 유산

1960년대 그는 왕립 미술대학교 총장, 국가 교육·예술부 장관을 맡아 예술 교육과 중등 교육 개혁을 주도했습니다. 또한 후학 양성을 위해 건축학부와 공과대학 설립에도 힘썼습니다.

그는 “앙코르의 건축가들이 국경 밖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건축했듯, 현대 캄보디아도 고대의 찬란함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66년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캄보디아를 방문해 이렇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 놀라운 문명의 기념물들은 현대의 업적들과 나란히 서 있으며, 전자가 힘을 잃지 않고 후자가 위엄을 잃지 않는다.”

이처럼 반 몰리반은 캄보디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와 같은 건축가였습니다.